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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연구

‘재물손괴’사건(기소유예처분취소)

<‘재물손괴’사건>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인에게 오상피난을 인정할 정당한 사유 또는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재물손괴 혐의 인정을 전제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2020헌마1620)[인용] 

□ 사건개요 
○ 청구인은 2020. 9. 27. 10:00경 주거지인 아파트에서, 의붓딸 강○○이 방문을 열어주지 않자 펜치로 방문 손잡이를 훼손하였다. 
○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행위에 대하여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고, 청구인은 위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결정주문 
○ 피청구인이 2020. 10. 29. 수원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 이유의 요지 
● ‘재물의 타인성’ 인정 

○ 타인의 재물이란 재물의 소유권이 행위자 이외의 타인에게 속하는 것으로, 타인과 공동소유에 속하는 재물도 타인의 재물에 해당된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도2432 판결 참조).  
○ 청구인은 강□□와 10년 전부터 동거를 해오다 2018. 4. 5. 강□□와 혼인신고를 하였고, 강○○은 강□□와 전처와 사이의 자녀로서, 2020. 9. 8.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 
○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상 소유명의자는 주식회사 하나자산신탁이었고, 청구인의 남편인 강□□가 이 사건 이전 분양대금을 모두 납부한 수분양자로서 이 사건 아파트를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구인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소유권 등 어떠한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는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   

● 청구인의 행위에 대한 오상피난 인정 여부 
○ 강○○은 2019. 2.경부터 2020. 4.경까지 이루어진 정신치료 및 상담과정에서 ‘친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잦은 외박 및 그에 이은 재혼으로 인하여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몇 차례 자해를 시도하였다. 술을 마시면 자살 생각을 하게 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고, 청구인이 방문 손잡이를 두드리기 직전까지 방 안에서 자고 있었다.  
○ 청구인은 강○○이 술을 마시면 정신적으로 심각해져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이 사건 며칠 전에도 눈썹손질용 칼로 손목을 그은 적이 있으며, 이 사건 전날 술을 마시러 나간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 사건 당일 강○○의 방문이 잠겨져 있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펜치로 방문 손잡이를 두드리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 형법 제22조 제1항에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당시 객관적인 관점에서는 강○○의 생명·신체에 자해 등 침해행위의 발생이 근접한 상태였다고 볼 수는 없다.  
○ 그러나 객관적으로 법익침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위난의 발생이 근접한 상태였다고 오인하는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즉 오상피난의 경우에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로서 범죄성립이 조각될 수 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406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13999 판결 등 참조). 
○ 강○○은 이미 몇 차례 자해를 시도하였고, 술을 마시면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으므로, 이 사건 당시 강○○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청구인이 수차례 방문을 두드렸음에도 방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면 청구인으로서는 강○○이 자해를 하였거나 자해를 시도할 지도 모른다고 오인할 만한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은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당시의 객관적인 사정을 추가로 수사하여 오상피난을 인정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재물손괴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 청구인의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 인정 여부 
○ 형법 제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해자의 현실적인 승낙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의 모든 객관적인 사정에 비추어 만일 피해자가 행위의 내용을 알았더라면 당연히 승낙하였을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 추정적 승낙이 인정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8081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의 남편이자 강○○의 아버지인 강□□가 이 사건 아파트의 방문 손잡이에 관하여 사실상 및 실질적으로 처분권한을 가진 자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당시 강□□와 적시에 즉각적인 연락을 할 수 없는 등 현실적 승낙이 얻기 불가능한 사정이었는지, 강○○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 최근 자해를 시도한 사실이 있는지, 청구인이 방문을 두드렸을 때 강○○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지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강□□가 청구인의 손괴행위를 당연히 승낙하였을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었다.  
○ 그러므로 피청구인은 수사과정에서 위와 같은 사항을 추가로 수사하여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 인정 여부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재물손괴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 결정의 의의 
○ ‘방문 손잡이를 훼손하였다’는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은 의붓딸인 강○○의 자해와 같은 생명·신체에 대한 침해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 강○○이 자해 전력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당시 강○○의 실제 상태와 청구인의 행위에 대한 반응 및 강□□와의 즉각적인 연락 가능성 등의 객관적인 사정에 따라 오상피난으로서 정당한 사유 그리고 이 사건 아파트의 방문 손잡이에 대한 실질적인 처분권한자인 강□□의 추정적 승낙 등 범죄성립조각사유 인정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의 객관적인 행위만으로는 재물손괴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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